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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엘라벤 제주 트레킹 후기 DAY 1. 한라산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들

산타루스 2024. 12. 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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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리스마스 트리의 출생의 비밀

 

출처: Unsplash

 
 
 크리스마스 트리는 사실 토종 한국산이다. 본명은 구상나무. 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만 자라고, 한라산에서 가장 넓은 군악지를 이룬다고 한다. 마침 윗세오름 대피소 부근 푯말 바로 옆에 구상나무들이 있었다. 가이드님 말에 따라 가지 끝을 가볍게 쥐고 나뭇잎들을 손바닥 안으로 쓸어내리고 냄새를 맡으니, 율마와도 같은 상쾌하고 싱그러운 피톤치드 향이 났다. 당연히 외국산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 토종 나무였다니 기분이 묘했다.
 
 그런데 구상나무가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나무가 되었지만, 한국에 어떠한 로열티 없이 전세계로 퍼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 기원은 일제강점기 시절로 돌아간다. 프랑스에서 온 신부님이 구상나무를 채취했고, 이를 하버드대 식물연구원에 보냈다고 한다. 이후 나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까 고민하던 중, 모양이 예뻐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특허를 내고 팔리게 되었다고. 나라가 힘이 없을 시절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로열티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2. 한라산과 백록담의 뜻은 무엇일까

 한라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들었을 때 꽤나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한라산의 '한'은 은하수, '라'는 잡다라는 뜻으로 은하수가 잡힐 듯한 산이라고 한다. 비록 지금은 한라산에서의 야영은 금지되어있지만, 정상인 백록담 위로 드넓게 펼쳐진 은하수와 별 무리를 보며 이름 지었을 옛 사람들을 상상하니 어딘가 푸근한 감정이 들었다.
 
 

때로 길을 잃었단 기분이 들 때,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늘 그자리에 있다는 생각은 위로가 된다.

출처: Unsplash

 
 
 백록담은 흰 사슴, 즉 백록(白鹿)이 물을 마시는 곳이란 뜻이다. 안타깝게도 19세기 때 흰 사슴은 모두 멸종했지만 만약 지금까지도 살아있다면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산의 주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3. 성판악 코스는 왜 완만하고, 관음사 코스는 가파를까

 

 
 
 가이드님께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땅이 어쩌다 그렇게 생긴 거 아닐까?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어떤 것이든 당연하게 된 건 없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치게 만든 질문이어서 그랬던 거 같다.
 
 일단 이에 대한 답을 하자면, 한라산은 한 번의 화산폭발로 이루어진 섬이 아니라 여러번의 폭발로 이루어진 섬이라고 한다. 때문에 시기에 따라 지반을 형성한 용암의 끈적함이 달랐는데, 성판악의 경우 용암이 끈적해서 천천히 식으면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었다고 한다. 관음사는 반대로 용암의 농도가 묽어 빨리 식었기 때문에 경사가 가팔라 진 것이라고. 같은 한라산이지만 지형마다 용암의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과거에는 등산로로 이용되었으나 현재는 지반이 깨지는 등 약화되어 위험성으로 인해 출입통제가 된 곳도 있다 한다.
 
 

4. 기타 흥미로웠던 사실

 한라산의 등산로들은 어쩌다가 생겨났을까? 이는 사실 말을 기르던 마부(제주도 말로 말태우리)들이 다니던 길이 기반이 되어 등산로가 생겼다고 한다. 키워야 하는 말은 많은데 초목지가 부족해서 말태우리들이 말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온 것이 기원이 되었다고. 실제로 말태우리들이 말들을 감시하던 터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보통 옛날부터 사람들이 오며가며 등산로가 만들어지는 반면, 제주도에서는 말이 다니는 길들이 등산로로 만들어진 게 제법 흥미로웠다. 평소 등산할 때 안전하게 잘 다져진 등산로를 걸을 때마다 마음 속으로 이 길을 잘 다져준 선조님들께 감사해했는데, 한라산에선 말들에게도 고마워해야겠다. 😁
 
 
 
 가이드 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어릴 때 나라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지식들인데, 30대 후반을 지나는 지금은 이런 지식들이 너무나 재미있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오고,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현재에서 반복된다는 걸 어렴풋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까?
 
 피엘라벤 클래식 그룹에서 유일하게 우리 일행만이 가이드 설명을 들었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뒤처져있었지만 조바심은 들지 않았다. 야영지에 좀 늦게 도착하더라도,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이 순간에 대해 두고두고 추억하게 될 것 같았다.
 
 

윗세오름에서의 풍경은 광활하지만 한편으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다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일 년만에 다시 찾아온 이 곳이 반갑기도 하고, 이 자리에 있으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에 참 감사함이 느껴져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풍경은 아름다워보이지만, 하얗게 바랜 곳은 기후변화로 인해 죽어버린 주목나무들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주목나무가 죽어가는 속도가 크게 늘어가고 있다니 걱정이 된다. 확실히 작년에는 더 푸릇했던 거 같은데...
 
 

 
 
 길이 정비가 되어 작년보다 훨씬 걷기 편해진 하원수로길이 나왔다. 첫날 야영지인 하원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끝나가는 하루가 아쉬워 숨을 더 천천히 고르며 폐 깊숙한 곳까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셔본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 조용하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와 내 발소리만 들리는 이 고요한 숲은 왠지 모르게 모든 긴장을 풀리게 만든다. 최대한 느긋하게 숲길을 만끽하며 첫날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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